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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IS250

준중형 럭셔리세단의 새 강자-렉서스 IS250 몰아보다. 시승기

by 다잡아 200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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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IS 250을 몰아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상품성이 뛰어난 차라는 소문을 많이 들었지만, 디자인부터 조립감 감성품질 편의사양 주행성능까지 어느 부분에서도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3시리즈 등과 비교했을때 밀리는 점은 브랜드가치, 핸들링, 고속주행시 안정감 딱 세가지였습니다. 나머지 면에서는 더이상 렉서스가 독일 경쟁자들을 쫒아가는 입장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한국인들이 특히 집착하는 정숙성면은 고급차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요. 스포츠주행 능력 역시 전 모델보다 꽤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상대적으로 동급 독일세단들에 비해 가격적인 메리트가 뛰어나고요. 특히 고급스러운 느낌과 편안함을 잘 패키징해 낸 능력이 발군입니다. 100엔당 900원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한일 FTA 체결로 8% 관세까지 없어진다면 국내 고급차시장에서 렉서스의 파괴력이 어느정도일지 두렵습니다.

 

시승기 말미에도 썼지만, 더욱 우려되는 점은 렉서스의 성공이 차종 고급화를 목표로 하는 현대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가 앞으로 잘 봐서 5~6년쯤 정말 최선을 달했을때 달성할만한 수준을 이미 렉서스는 거의 다 이루고 있다는 것이지요. 심하게 말해서 목표를 향해 정말 죽을 고생해서 뛰었는데 이미 누군가가 한참 전에 지나간 자리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이 소니를 일부 영역에서 압도하게 된 것을 봐도 소니가 잘하는 부분을 죽어라 따라가서 일어난 것은 없습니다. 20년전 제가 중학생때 봤던 소니의 워크맨은 지금 생각해도 거의 예술품에 가까웠습니다. 삼성은 이 부분에서 소니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시장 자체가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브라운관 TV의 화면품질만 놓고보면 소니 트리니트론이 아직도 제일 낫습니다. 삼성은 브라운관TV에서 소니를 이기지 못했지만, LCD PDP 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니를 극복했습니다. 자동차는 전자쪽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1등을 똑같은 방법으로 쫓아가서는 승산이 높을 것 같지 않습니다. 올해 나온 렉서스 GS와 IS를 보면 렉서스 스스로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어쨌든 IS 250은 꽤 괜찮은 차였습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 IS350의 좀더 강력한 파워를 경험해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250의 V6 206마력 V6 VVT 엔진도 나무랄데 없는 동력성능을 보여줍니다. 폭발적인 가속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떤 영역에서도 필요한 힘을 뽑아내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니까요. 다음은 인노블 12월호에 실리는 IS250 시승기의 일부입니다. 잡지에는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이 실리지만, 게시판에는 제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몇장 올립니다.

 

 

 

그동안 렉서스가 독일차만큼 고급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아주 작은 차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좀더 개성있는 디자인, 좀더 날카로운 핸들링, 좀더 단단한 차체반응, 좀더 확실한 브레이킹감각?. 언뜻 커보이지 않지만 1류와 2류의 차이를 가르는 그런 요소들. 지난달 국내 출시된 렉서스의 새 준중형 세단 IS 250은 그런 차이를 극복하는 마지막 성공 비밀을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IS 250은 GS 300/430에서 처음 채용된 렉서스의 신경향 디자인을 따르고 있는 두번째 모델이다. 크리스 뱅글 이후의 BMW만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이전의 렉서스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렉서스 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BMW와 같이 차체 옆라인이 위로 치켜올라가 역동성을 강조하고 뒷부분은 날카로우면서도 풍만한 디자인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묶어놓는다. 신형 IS와 GS에서 드러나는 새 디자인은 기존의 렉서스들보다 훨씬 선이 단순하고 깔끔하면서도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고 독창성도 뛰어나다.

신형 GS 300/430과 이번에 새로 나온 IS 250 이전의 모델들은 완전한 렉서스라 부르기에 모자란 측면이 있었다. 일본에서 도요타 상표로 팔리는 차들을 조금씩 손봐 미국시장에 렉서스 레이블로 판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모델들간의 통일된 성격을 찾기가 어려웠다. 렉서스의 기함(旗艦)인 LS 430은 지금도 일본에서 도요타 셀시오로 팔리고 있다. 또 ES 330은 윈덤으로, RX 330은 해리어로, SC 430 역시 소아라로 시판중이다.

 

올해 등장한 신형 GS 300/430부터 도요타에는 없는 렉서스만의 고유모델 전략이 시작됐는데, 이는 렉서스가 시장에서 고급차브랜드로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에, 지금 이상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BMW나 벤츠 같은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도요타 모델을 손봐서 내놓는 것만으로는 그런 통일된 브랜드 성격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울 일이라, 애초부터 렉서스만을 위한 차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IS 250은 우아하면서도 금방 달려나갈 것처럼 속도감있는 겉모습이 주는 시각적 쾌감이 상당하다. 예전 IS는 애초에 BMW 3시리즈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크기나 성능 모두에서 3시리즈의 상대는 아니었다. 신형 IS의 외관은 3시리즈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을만큼 볼륨감이 뛰어나다. 차 크기는 현대 아반떼XD보다 크고 쏘나타보다 작다. 전체 사이즈는 길이X너비X높이가 4575X1800X1425mm로, 3시리즈와 비교하면 폭은 3시리즈가 조금 더 넓고 길이와 높이는 IS가 약간 더 여유있다. 앞좌석 공간은 3시리즈와 비슷하고 뒷좌석 공간은 IS가 조금 좁다는 느낌. 어차피 고급 준중형세단의 뒷좌석에서 쇼퍼드리븐 카(기사가 모는 대형차)의 여유로움을 기대하는건 아니니까 큰 불만은 없다. IS의 뒷모습은 디자인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줘도 좋을만큼 훌륭하다. 잔뜩 치켜올라간 트렁크 리드는 잔뜩 각을 세웠고 양쪽 브레이크등의 배치도 멋지다. 차체와 일체화된듯한 범퍼 그 아래 두개의 배기관에 이르기까지 멋진 조화를 이루면서도 당당하고 세련된 외관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놀라움은 실내에서도 계속된다. 시동을 거는 것은 BMW와 비슷한데, 키를 꽂지않고 버튼을 누르도록 돼있다. 앞쪽 시트는 2개 모두 8개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동시트이고, 양쪽 다 3명분의 위치를 기억시킬 수 있다. 시트나 스티어링휠의 가죽 질감도 좋고, 시트 밑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어 퉁풍도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최고급 중대형차에나 달려있던 기능인데 작은 차에서도 이런 고급스러움을 느끼도록 배려한 제작사의 노력이 대단하다. 선루프도 비교적 널찍하며, 버튼을 눌러 뒷유리의 차양을 자동으로 올릴 수도 있다. 6CD 체인저가 들어간 오디오시스템의 음질도 꽤 수준급이다.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중에 ‘일곱베일의 춤’을 들어보았는데, 초반의 강렬한 타악기 소리가 상당히 단단했고, 현악기의 미세한 선율도 깔끔하게 표현해 주었다. 들어간 고급장비의 수준은 동급 수입세단 가운데 최고다. 또 많은 편의사양을 집어넣었지만, 버튼 배열이나 내부 마감 면에서 참 잘 짜 넣었다는 생각이다.

 

안전장비도 나무랄데 없다. 듀얼·사이드에어백은 기본이고 커튼·무릎보호용까지 합쳐 에어백만 8개가 들어간다. 앞뒤 무게에 따라 제동력을 배분하는 EBD-ABS와 차체의 움직임과 바뀌의 미끄러짐을 감지해 각 바퀴의 구동력과 제동력을 조절해 차체의 자세를 바로잡는 전자식자세세어장치도 모두 탑재돼 있다.

IS250은 최고출력 206마력의 2.5리터 V6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비단결같은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차체강성이 예전 모델에 비해 높아졌고 차도 더 커져서 코너링의 안정감이 많이 좋아졌다. 스티어링휠을 꺾을 때의 예리한 맛은 역시 BMW 3시리즈에 미치지 못하나, 스포츠주행에 뛰어난 후륜구동 방식인데다 앞뒤 타이어 안쪽지름이 17인치에 타이어폭이 앞은 225mm 뒤는 245mm로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어어서인지 어떤 급코너 연속코너에서도 믿음직한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

 


 

작은 차체에 200마력이 넘는 6기통 엔진을 달았지만 공차중량만 1.6톤이 넘는 탓에 생각만큼 빠르게 가속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4000rpm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면 웽~ 하는 외마딧소리를 지르며 쫙 뻗어나가는 맛이 BMW 못지 않다. 더구나 연비가 리터당 11.4km(국산 2리터급 세단 수준)로 동급 수입세단중 기름을 가장 덜 먹는 것도 IS만의 장점이다.
중저속에서의 가속감도 튀어나가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훌륭하고, 시속 200km 정도까지는 꾸준하게 가속된다. 시속 200km 이상에서의 고속 크루징 때는 역시 동급의 BMW나 벤츠에 비해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IS의 출력 타이어 차체강성 브레이킹성능 서스펜션 모두 문제될게 없는데도, 역시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이 독일세단에 미세하게 밀린다. 이것이 렉서스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기술력·세팅력의 차이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희생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반적인 주행속도에서의 경쾌한 주행감은 IS쪽이 더 낫기 때문이다.


렉서스답게 주행중 실내 소음은 극도로 억제돼 있다. 공회전시에는 시동이 걸려있는지 잘 모를 정도이고, 시속 100km 정도로 달리는 정도라면 옆사람과 소곤거리는 대화가 가능하다. 가속 때의 엔진음도 일상적인 가속을 할 때는 무척 부드럽다. 다만 급가속할 때만큼은 엔진음 톤이 올라가면서 적당히 야성적으로 바뀌는게 기존 렉서스와 좀 다르다. 운전대 뒤의 양쪽에 수평으로 놓여진 은색 레버를 움직이면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이때 엔진회전수 상승에 따라 계기반에 숨어있는 동심원이 오렌지색을 바뀌고 레드존에 다다르면 빨간색으로 다시 바뀐다. 색깔이 바뀌는 시점을 운전자가 임의로 바꿀 수 있어, 수동으로 변속할 때 변속 타이밍을 잡기 편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것까지 배려한 제작사의 아이디어가 가상할 정도다. 양손으로 레버를 딸각거리는 맛도 마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로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 ‘그란투리스모 4’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꽤 재미있다. 다만 자동변속기의 단을 운전자가 임의로 올리고 내리는 것이라, 진짜 수동기어봉을 휘젓는 감각보다는 다소 굼뜬 것이 아쉽다.

 

IS250이 가장 최근에 등장했다고 해서, 이 차가 동급 최강의 주행성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완벽한 패키징과 수긍할만한 가격이 만났다는데 있다. 독일 동급세단에 어느것 하나 크게 빠질게 없는 외형·성능과 독일차를 능가하는 편의사양을 모아놓고도 이 차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4390만원이다. 경쟁모델인 BMW 325i(2.5리터·218마력·6060만원), 벤츠 C 230K(1.8리터 수퍼차저·192마력·6570만원) 재규어 X타입 2.5(2.5리터·197마력·5890만원) 등과 비교할때 어떤가. 물론 렉서스는 아직 국내시장에서 브랜드가치를 따질 때 BMW 벤츠와 완전한 동급은 아니다. 하지만 IS 250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BMW 325i를 살펴보자. 이 차의 전체적인 주행성능은 IS250보다 낫다. 그 차이가 미세하다 해도 주행성능만 따지면 325i의 승리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편의사양이나 조립품질 같은 것을 따져보면 어떨까. 놀랍게도 렉서스는 더이상 따라가는 입장이 아니다. 특히 편의사양의 고급스러움으로만 따지면 325i가 IS 250보다 한수 아래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확인해보자. 렉서스쪽이 무려 1670만원이나 싸다. BMW의 브랜드가치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고민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잘 빠진 IS 250의 몸매를 감상하는게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IS 250은 한국의 글로벌자동차기업 현대가 지향하는 고급차의 방향과 거의 일치하면서도 현대가 앞으로 5~6년쯤 최선을 다했을 때 겨우 도달할만한 수준의 대부분을 이미 성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100엔당 900원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앞으로 한·일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돼 8% 수입차 관세까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도요타가 마음만 먹으면 이 차를 국내에서 3000만원대 중후반에도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신형 렉서스는 그동한 부족했던 ‘1인치’를 맞춰냈고, 이대로라면 국내 고급차시장을 지금보다 더 많이 가져갈게 확실해 보인다.

 

출처//최원석의 자동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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