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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by 다잡아 200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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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에 성능까지,  하이브리드

미국인들에게 과연 토요타는 미국차인가, 일본차인가. 난데없는 헛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토요타 차들은 미국인들에게 서서히 국적 불명의 차가 돼가고 있다. 물론, 토요타 입장에서 보자면 극히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국적 불명이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미국인 근로자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인들의 다국적 입맛을 가장 확실하게 충족시켜준 차. 평범한 미국 중산층들이 가장 많이 타고,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차. 전통의 미국 빅3를 곤경에 빠뜨리며, 미국 메이커보다 미국인들의 취향을 더 잘 아는 메이커로 공식적 인정을 받은 브랜드. 미국인들이 굳이 토요타의 국적을 따지고 들지 않으려는 사정을 이해하고 남을 만하다.

토요타의 미국 시장 공략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차는 바로 중형 패밀리 세단 캠리. 벌써 10여 년째 혼다 어코드와 더불어 '남의 나라 승용차 베스트셀러' 순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공부하던 15년 전, 대학가를 살짝 벗어난 전형적인 중산층 마을의 주차장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 두어 집 건너 한집마다 캠리가 서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세단이 그토록 큰 호응을 얻는 사실이 이십 대 중반의 내겐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패밀리 세단의 가장 큰 흥행요건이 바로 '무난함과 평범함'임을 깨닫게 됐지만.

지금 시판중인 캠리는 6세대. 북미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며 잘 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전에 없이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토요타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어느 때보다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끈다. 게다가 널찍한 캐빈룸과 넉넉한 트렁크 공간, 편안한 승차감과 어린아이에서 70~80대 노인까지 두루 만족시킬 '멀티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장점들은 모두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되었다. 게다가 최고급 버전의 오디오 시스템은, 골격을 함께 쓴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ES 시리즈의 마크 레빈슨 시스템 못지않은 사운드를 뽑아낸다. 그래선지, 미국 자동차 관련 매체들은 예나 지금이나 '토요타 캠리'라는 이름 앞에선 호들갑을 애써 억누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캠리가, 북미 소비자들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이유가 한가지 더해졌다. 바로,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접목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텍사스, 뉴욕 등 미국 내 상위 10개 주에서 전체 하이브리드 판매량의 62%가 팔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는 이미 토요타가 프리우스 시절부터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온 핵심 시장. 스테디셀러 세단에다 최근 인기 높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으니 그 시너지 효과야 바보가 아닌 이상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바로 그 캠리 하이브리드를 국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시승차는 북미 스펙의 2006년형 캠리. 직렬 4기통 2.4ℓ 147마력 엔진과 45마력짜리 전기모터를 더한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너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체 시스템 출력은 192마력. 비슷한 차체 사이즈에, 북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혼다 어코드 2.4 버전이나 현대 쏘나타 2.4 버전과 견줘보면 출력에서 22~26마력 앞선다. 하지만 캠리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강점은 출력이 아닌 토크에서 찾을 수 있다. 휘발유 엔진의 최대토크는 19.1kg·m/4천200rpm으로 평범한 수준, 그러나, 이 차의 스타트와 출발 가속을 책임지는 전기모터는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27.5kg·m의 만만찮은 토크를 뽑아낸다.

미국 시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는 CVT 자동기어를 얹고도 평균 17km/ℓ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미국 내에서 팔리고 있는 승용차들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연비. 평균연비 23km/ℓ를 훌쩍 넘기는 원조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는 수치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남다른 무기를 지니고 있다. 바로, 스트레스 없는 주행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좋은 수준의 연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연비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우던 이전 세대 하이브리드와는 이제 차별화하겠다는 뜻.

스타일링은 북미 시장의 평가대로 꽤 세련된 분위기다. 범퍼 일체형으로 다듬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독특한 프런트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아빠가 출근할 때나 엄마가 애들을 학교에 태워줄 때 딱 어울리던 과거의 스타일링은 분명 아니다. 날렵한 앞뒤 램프가 짐짓 도회풍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모든 부분이 딱 적당한 선에서 절제돼있다. 215/60 R16 사이즈 브리지스톤 포텐자 LE 400 타이어 역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선택으로 보인다.

인테리어는 생각밖에 무척 진보적인 디자인. 과감한 재질과 컬러를 쓴 센터페시아 때문인 듯하다. JBL 오디오 시스템과 좌우 독립식 전자동 에어컨이 미래지향적인 센터페시아에 차례로 자리잡고 있다. 인기 패밀리 세단답게 그 아래에는 커다란 수납공간이 자리잡고 있고, 분명 낯선 차임에도 모든 계기들은 마치 늘 다루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차체 사이즈에 비해 '광활하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의 실내공간이 두드러진다. 널찍한 시트를 갖추었음에도 앞좌석이나 뒷좌석 모두 주체할 수 없을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착석감도 무척 편안한 편. 기종을 가리지 않는 블루투스 같은 편의장비도 돋보인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도 시동이 걸렸는지, 아닌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시동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오직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켜지는 'READY' 사인뿐.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캠리 하이브리드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하다. 적당히 화려하고, 그러면서도 한눈에 모든 정보들이 확 들어오는 계기판에서는 절로 관록이 묻어난다. 그러려니 하고 얼마간 운전하다 보니,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온다. 미련 곰탱이처럼 한참동안을 으레 rpm 게이지라 여기고 운전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당연히 rpm 게이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 대신 mpg(시승차는 북미 스펙의 모델) 기준의 연료소모계가 자리잡고 있다. 아랫부분에는 파란색으로 '이코노 존'이 표시돼 있고, 액셀러레이터를 꽉 밟아 급가속을 하면 게이지가 위로 치솟으면서 연료 소모량이 커졌음을 알린다. 하이브리드답다.

온보드 디스플레이 버튼을 조작하면, 엔진과 전기모터의 유기적 작동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리우스를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으레 그 화려한 '디스플레이 쇼'를 기대하기 십상이겠지만, 캠리의 디스플레이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는 않는다.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전시차'라면, 캠리는 '생활 속의 하이브리드'라 할 수 있겠다. CVT 기어레버를 D에 맞추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전기모터 구동이 표시되면서 차체가 앞으로 나아간다. 가속이 이어지자 금세 엔진의 어시스트가 시작되고, 본격적인 주행모드에 들어가면 엔진이 단독으로 동력을 공급한다. 주행 중 추월가속을 시도하자 엔진과 전기모터가 공조작전을 펼친다.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마다 전기모터 충전 모드가 표시된다. 많이 간소화했더라도, 하이브리드 시너지 시스템의 작동 과정은 그 자체로 현란하다.

6세대로 진화하면서 보디강성을 더욱 높이고 서스펜션을 한층 탄탄하게 다듬은 캠리를 베이스 모델로 삼은 덕에, 기본적 주행감이나 퍼포먼스는 무척 안정적인 편. 핸들링은 무척 산뜻하고, 가속감은 가족여행 때 유치원 다니는 막내둥이도 놀라지 않을 만큼 차분하다. 북미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차인데도, 하체는 출렁이지 않고 적당한 탄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초기 가속 때 다소 경쾌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게 흠이라면 흠. 첫 발걸음 떼놓기가 무겁다. 반면 일상적인 세단이어서, 하이브리드임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히 운전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예전 프리우스를 처음 운전해봤을 때는 마치 로봇을 조종하듯 경직됐었다.

시내와 외곽도로를 오가며 한나절 동안 달린 캠리 하이브리드의 평균 연비는 12.1km/ℓ. 배기량 2.4ℓ의 중형 세단을 몰고 섰다 달리기를 반복하는 도심 한복판과 급가속이 이어진 외곽을 연거푸 달린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연비다. 이 차를 처음 만날 때만 해도, 하이브리드 시승에 더 비중을 두었던 게 사실. 프리우스의 잔상이 아직 머리에 남아있었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만 초점을 맞춰 운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나절 운전하고 나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굳이 하이브리드를 부각시킬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하이브리드는 휘발유나 디젤 같은 구동 시스템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경제성을 좇던 과거에서 이제는 경제성과 성능 모두를 놓치지 않으려는 단계로 올라섰다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까. 토요타의 대표적인 중형 세단 캠리를 한국에서 볼 수 있어 반갑다. 그것도 하이브리드로 말이다.

시승협조/선우모터스(031-786-1199)

하이브리드 시너지 시스템 A to Z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너지 시스템(THSⅡ)은 별도의 충전 없이 주행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춘 게 특징. 최근의 토요타 하이브리드카는 캠리(192마력), 하이랜더(268마력) 등 고출력으로 운동성능까지 챙기는 추세다. 연비는 동급 휘발유 엔진 모델에 비해 1.7~2배 정도 좋은 편.
THS Ⅱ는 정차 중에는 엔진을 정지시킨다. 그러다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배터리 전력이 순간적으로 모터를 가동한다. 일반주행 때는 모터와 엔진을 유기적으로 연동 사용함으로써 최선의 연비 조건을 만들어내고, 급가속 때는 모터와 엔진이 동시에 작동해 최소의 연비로 최대의 파워를 이끌어낸다. 저속이나 제동 때는 모터를 발전기로 활용해 배터리 충전을 진행한다. 차가 멈추면 엔진과 모터 모두 작동을 정지. 불필요한 연료소모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다.

2.4h Premium
Verdict : 대표적 패밀리 세단 캠리의 다양한 장점들을 좋은 연비와 함께 맛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정숙성은 여전히 놀랍다. 보닛을 열어놓고도, 엔진이 돌아가고 있는 걸 깜박 잊었을 정도. 기억력 감퇴 때문만은 분명 아니었다
Price : 5,437만4,880원
Performance :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N/A, 연비 17.7km/ℓ
Tech : 4기통 2362cc+650V AC 동기식 모터, 192마력, 19.1kg·m(모터 27.5kg·m), FF, 1669kg 에어컨(O) 네비게이션(×) CD플레이어(O) 알루미늄 휠(O, 16) 가죽시트(O)

(출처:톱기어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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