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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기대 속에 현대가 야심 차게 개발한 후륜 구동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는 현대가 추구해 왔던 뛰어난 안락성에 후륜 구동의 역동성이 더해져 주행의 완성도가 향상되었다. 또한 프리미엄 대형 세단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던 최 첨단 안전 편의 장비를 대거 장착해 동급 최고의 프리미엄을 이루었다. 외관 디자인은 최근 현대가 보여준 뛰어난 완성도에 오히려 못 미치는 느낌이지만 실내 디자인과 감성 품질은 동급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90년대 이 후 줄곧 앞바퀴 굴림 자동차를 만들어 오던 현대가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진입을 목표로 야심 차게 개발한 후륜 구동 승용차 제네시스를 현대 자동차 남양 연구소 내 프루빙 그라운드와 테스트장에서 먼저 만났다. 현대 자동차는 가수들이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는 장으로 사용되는 쇼케이스의 형태를 빌어 제네시스를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이다.
연구단지 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눈과 귀가 날카로운 기자단에 대한 통제가 삼엄한 가운데 진행된 제네시스 쇼케이스는 프레스 컨퍼런스 후 간단한 언베일링을 통해 제네시스를 최초로 공개하였고, 비교 테스트와 프루빙 그라운드 고속 주행 순으로 진행되었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영상을 통해 먼저 모습을 공개하였으며, 개발 배경과 제네시스에 적용된 다양한 첨단 신기술, 그리고 제원 등이 발표되었다. 제네시스는 현대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발한 만큼 현재까지 개발되어 프리미엄 모델들에 적용되고 있는 최 첨단 신기술이 총망라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레이더에 의해 앞차와의 거리까지 조절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야간 주행 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헤드램프가 돌아가는 가변조정 전조등(AFLS), 대형 프리미엄 세단에 주로 장착되고 있는 에어 서스펜션 등을 들 수 있겠다.
또한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한 후륜 구동 시스템의 완성도 또한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처럼 제네시스는 현대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도 그 의미가 큰 만큼 기자는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제네시스와의 첫 만남을 즐겼다.
먼저 발표된 제원 상으로는 현대가 경쟁 상대라고 발표한 BMW 530i, 메르세데스-벤츠 E350 등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내용이었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첨단 장비들 또한 경쟁모델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 정도의 최고급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제원만으로 평가 받을 수는 없으며 실제 타보기 전에는 그 완성도를 이야기할 수 없는 만큼 이 후에 있을 테스트가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베일이 벗겨 지면서 눈앞에 제네시스가 등장했다. V6 3.8리터 엔진을 얹은 BH380 모델로 최첨단 SCC와 AFLS, 그리고 에어 서스펜션까지 모두 적용된 소위 풀옵션 모델이었다.
우선 차를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외관을 살폈다. 5m에 약간 못 미치는 중대형 세단인 제네시스는 경쟁 모델로 삼은 530i나 E350에 비해 길이가 약간 더 길다. 그리고 후륜구동의 역동성을 잘 살리기 위해 앞 뒤 오버행을 최소화해 비례 면에서 경쟁자들의 역동적인 면모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최근 현대가 쏘나타, 그렌저, 싼타페 등을 통해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프리미엄 모델의 첫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던 베라크루즈에서도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제네시스 역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모델을 의식한 라인들로 인해 현대 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지 못한 듯해 아쉬웠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 등장한 제네시스에는 모두 SCC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SCC가 장착될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레이더가 위치하고, 그 레이더를 보호하면서 전파를 투과시키기 위한 검정색 패널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부를 덮게 되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디스트로닉이 장착될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검정색 패널이 위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지만 사각형 패널은 S 클래스에 비해 더 크고 패널에 다소 많은 회색 라인이 들어가 있어 현대가 강조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라인을 많이 훼손시키고 있었다. 또한 그릴 중앙부에 돌출된 좌우 측면 카메라 또한 디자인 면에서는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전체적인 앞모습은 정리되지 않은 선들로 인해 무척이나 산만해 보여 우아함이나 역동성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보닛 좌우를 따라 내려오는 캐릭터 라인은 쏘나타를 연상시키면서 다소 무게감을 실어 주지만 한번 살짝 꺾이면서 치켜 올라가는 헤드램프 또한 정리되지 못한 라인의 선상에 있어 아름다운 눈매로 보기 힘들었다. SCC가 적용되지 않은 일반 모델의 모습이라면 좀 더 나을 듯해 보이지만 행사장에서는 그 모델을 찾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현대가 국내 최초로 적용한 고급 장비를 과시하기 위한 배려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옆면의 캐릭터 라인은 역동성을 살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라인이 분할하는 면의 비례가 BMW 5시리즈와 유사해 살짝 5시리즈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5시리즈처럼 면을 오목하게 처리하지는 않았다. 옆면 아래쪽에 위치한 크롬 가니시가 고급스러움을 더하는데 이는 렉서스 GS의 느낌이다. 전시된 차량들에는 크롬 처리된 18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날카로운 칼날 같은 스포크들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뒷모습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라인이 다소 혼란스러움을 일으킨다. 특히 리어 램프는 트렁크 리드로 치켜 올라간 부분만 흰색으로 처리해 통일감과 정제된 느낌이 부족해 보인다. 범퍼 아래 부분에는 좌우에 타원형 머플러가 위치해 역동성이 강조되었다.
실내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된다. 전체적으로 잘 정제된 선들이 화려하면서도 포근함을 선사한다. 특히 데시보드 가운데를 가로질러 도어 패널까지 이어지는 벨트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우드 대신 가죽을 적용한 시도는 높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센터페시아도 간결함이 돋보인다. 복잡한 조작 버튼들이 운전자 통합 정보 시스템 DIS로 모아져 기어 레버 아래쪽으로 이동한 탓에 모니터 주변부가 잘 정돈되어 있다. 우드로 장식한 센터페시아의 아래 부분에는 DVD 체인저가 위치해 있는데 볼록한 면 처리가 벤츠 S클래스를 닮아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에는 다양한 리모컨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오디오 등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크루즈 컨트롤과 SCC에서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기능도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전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조절할 수 있으며 작동 거리가 충분히 길어 만족스럽다.
후륜 구동 차량답게 높은 센터 터널은 불편함 보다는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스텝게이트 방식의 기어 레버도 멋스러움이 묻어나고 앞서 말했듯이 그 아래 DIS 장치가 화려함을 더한다. DIS의 죠그 다이얼이나 버튼의 디자인과 질감, 그리고 작동감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DIS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날개를 달고 있는 제네시스 엠블렘을 닮은 모습이다. 운전자 통합 정보 시스템 DIS는 이미 등장한 BMW의 i드라이브와 아우디의 MMI 등을 벤치마킹한 만큼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거의 모든 기능이 음성으로도 작동되는 점 또한 돋보인다. 오디오는 롤스로이스에 장착되는 렉시콘 시스템이 장착되었는데 스피커가 무려 17개에 이른다.
기존의 스마트키 시스템에서는 스티어링 칼럼 키홀 부위의 바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었는데 제네시스에는 이보다 편하고 더 멋진 버튼 방식이 적용되었다. 살짝만 눌러줘도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다만 일본 버튼 방식 자동차들처럼 제네시스도 AV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중에 시동을 끄면 오디오와 전체 전원이 한꺼번에 꺼져 버려 불편하다. 차를 정차한 후에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잠시 시동을 꺼 두려면 기어 레버를 N에 두고 시동을 끄면 듣고 있던 음악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있으니 이런 방식을 쓰면 해결 되긴 하겠지만 역시 불편한 방식이다.
시트는 안락함이 강조되었는데 디자인도 경쟁 모델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시승차에는 냉방과 난방이 모두 3단계로 조절되는 기능이 더해져 있었다. 뒷좌석에는 전동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되어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서 조절할 수 있다. 센터 콘솔 뒷부분에는 뒷좌석을 위한 AV 모니터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위치해 있다. 뒷좌석 시트 또한 안락함이 유럽 프리미엄 모델들에 비해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실내는 부드럽고 안락함이 강조되었다. 동급 경쟁 모델들 중 뛰어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인피니티 M35에 비해서도 화려함에서 앞서는 느낌이다. 또한 품질과 마무리도 뛰어나 실내는 동급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외에 최첨단 편의 안전 장비들이 대거 장착되었는데, 이날 비교시승에서는 이런 장비들을 테스트해 볼 수는 없었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스트로닉과 같은 장비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SCC는 정속 주행 중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해 줄 수 있는데, 앞차가 그 거리 이상으로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정해진 속도로 정속주행하며, 설정된 거리 이내로 앞차가 가까와지면 자동으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속도를 맞추어 주는 장비다. SCC는 40~180km/h 속도 구간에서 작동이 되며 앞차와의 간격은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조향 연동 헤드램프 AFLS는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켜진 상태가 되어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각도만큼 헤드램프도 돌아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비춰주는 장비다. 헤드램프를 전방으로 고정시켜 놓으려면 스티어링 칼럼 좌측의 버튼을 눌러서 해제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차고를 30mm 높이거나 고속에서 15mm 자동으로 낮출 수 있으며, 감쇄력을 노말과 스포츠 모드로 조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기식 주차 브레이크가 적용되었으며, D로 주행하다가 차가 정차했을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오토 홀드 기능도 적용되었다.
차량 실내외를 찬찬히 둘러 본 후 준비된 테스트 코스에서 제네시스 BH380과 BMW 530i,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E350의 비교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가격이나 타겟 시장 등을 고려하면 렉서스 GS350이나 인피니티 M35 등이 보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보여지지만 유러피안 프리미엄 차량을 동원한 데서 현대 측의 고무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테스트는 슬라럼을 통과한 후 VDC를 테스트 할 수 있는 급차선 변경, 연속 S자 코스 통과, 급가속 및 급 브레이크, 그리고 정속 주행 등으로 구성되었다.
차량 한 대당 3명의 기자가 배정되어 한번은 자신이 직접 차량을 몰아 보고 두 번은 동승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기자는 가장 먼저 제네시스, 그리고 E350, 530i 순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테스트인 만큼 자세한 평가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전체적인 주행느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은 그렌저나 에쿠스 등 지금까지 현대가 보여주었던 앞바퀴 굴림 중대형 승용차와는 확연히 다른 역동성을 보여준 점이 뒷바퀴 굴림 제네시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만하다. 직진 및 코너링에서의 안정감도 상당히 뛰어나다. 하지만 대표적인 유러피안 프리미엄 모델인 530i와 E350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으로 안락함을 강조한 설정이 두드러진다.
노면과 밀착되는 느낌이 덜하고 그런 만큼 노면의 작은 요철 정보도 많이 걸러진다. 스티어링의 응답성이 뛰어난 유럽 모델들에 비해 제네시스는 스티어링에도 유격이 커 부드러운 주행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예리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전체적인 느낌은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 국내와 북미, 그리고 중국 시장을 목표로 개발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5시리즈와 E클래스를 비교 대상으로 내세워 현대의 자신감을 잘 표현하긴 했지만 오히려 앞서 말한 렉서스 GS나 인피니티 M, 혹은 볼보 S80이나 재규어 S 타입을 내세웠다면 보다 직접적인 비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 주행 느낌에서 중요한 변수에 차이가 있었다. 제네시스에는 모두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었고 530i와 E350에는 전통적인 서스펜션이 장착된 점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실제 테스트에서 계속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지만 스틸 스프링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서스펜션 만큼 탄탄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긴 힘들다. 마침 주변에 있던 현대 자동차의 개발 담당자도 제네시스에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일반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량은 더욱 탄탄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 부분 역시 현대가 에어 서스펜션을 과시하고자 하다가 오히려 주행느낌에서 상이한 정보를 제공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반면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비교한다면 확연하게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제네시스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슬라럼과 VDC 테스트에서 보여 준 접지력과 안정성 면에서도 세 모델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여 주었다. 슬라럼에서는 콘과 콘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길게 설정되어 있어서 슬라럼을 통과하는 속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그런 만큼 매번 턴을 할 때마다 오버 스티어가 발생했다. 이때 각 차량의 엔지니어링 측면의 완성도와 전자장비인 VDC의 개입여부 등에 따라서 거동에 차이가 발생했는데, 의외로 5시리즈가 가장 많이 미끄러지는 거동을 보였으며 그 다음이 제네시스, 그리고 E 클래스 순이었다. VDC의 개입을 최소화한 BMW가 가장 다이나믹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스펜션 세팅 기술면에서는 BMW와 벤츠가 한층 높은 완성도를 보였지만 제네시스도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안락함을 강조한 서스펜션임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수준이라 할 만했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BMW와 벤츠가 17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은 데 비해, 제네시스는 한 치수 높은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고 있어 접지력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임도 고려해 봐야 할 부분이었다.
BH380에 장착된 V6 3.8리터 람다 엔진은 최고출력 290마력과 최대토크 36.5kg.m를 발휘하며 자동 6단 변속기와 어울렸다. 이 외에도 국내에는 V6 3.3리터 262마력 엔진이 함께 선보이며, 북미 시장을 위해서는 380마력을 발휘하는 V8 4.6리터 타우 엔진이 얹히게 된다. E350에는 272마력, 35.7kg.m을 발휘하는 V6 3.5리터 엔진과 7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었고, 530i에는 272마력, 32.1kg.m를 발휘하는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제네시스의 3.8리터 V6 엔진은 넉넉한 힘과 뛰어난 정숙성을 선보였지만 회전 상승은 그리 빠르지 않아 경쟁 모델 엔진의 순발력에 뒤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은 집중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보다 구체적인 평가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진행된 프루빙 그라운드 주행은 직접 운전하진 않고 테스트 드라이버 옆에 동승하는 체험이었다. 제네시스만 주행했으며 210km/h까지 속도를 높여 프루빙 그라운드를 2바퀴 돌았다. 스티어링 휠을 직접 잡은 것이 아니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순 없었지만 안락함과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이 비교적 잘 조화된 느낌을 받았다. 210km/h로 주행 중에도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은 아주 잘 차단되어 정숙성 또한 돋보였다.
불과 두어 시간에 걸친 짧은 테스트였기에 만족할 만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쉬웠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제네시스를 먼저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상당 부분 궁금증이 풀린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난 부분도 있었다. 아울러 연구소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된 만큼 사진 촬영이 엄격히 통제되어 독자들께 보다 많은 사진을 제공하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다. 실제로 제네시스를 테스트하는 트랙 주변으로 제네시스의 쿠페 격인 BK와 기아의 소울이 위장막을 덮은 채로 테스트 중인 모습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우선 외관에서는 당당함이 돋보이지만 세부적인 모습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져 찬반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자도 외관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인테리어 역시 디자인 선호도 측면에서는 개인에 따라 호 불호가 나뉘겠지만 기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싶다. 갖추고 있는 장비의 수준뿐 아니라 감성적인 측면과 품질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굳이 기자도 한국 사람이어서 한국 정서에 잘 맞아서 그렇다고 한다면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유럽인들이라면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BMW나 벤츠의 실내를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워 트레인과 주행 감각 면에서는 목표로 삼은 시장의 특성에 따라 세팅에서부터 다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아직 더 많은 발전을 이루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부분이야말로 결코 단 시간에 이루기 힘든 부분인 반면, 제네시스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 준 점 또한 강조하고 싶다.
짧은 만남이 끝나고 여러 가지 평가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현대 측에서 제네시스의 비교 대상으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BMW와 벤츠를 제시할 정도로 현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큼 잘 만들었다는 데에 일부 동의를 할 수 있었다. 기자 스스로도 높은 점수를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첫 발을 내 디딘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품질을 떠나서 프리미엄으로 인정받느냐 하는 것은 분명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가격 또한 어떻게 결정될 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현대 측에서는 그렌저와 에쿠스 중간이 될 것이다라는 평범한 대답 밖에는 내 놓지 않았다. 좋은 차 만으로 프리미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로 명실상부한 프리미엄을 이룩하길 기대한다.
현대 제네시스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75×1,890×1,480mm
엔진
형식 : V6 DOHC
배기량 : 3.8리터 (3.3리터)
최고출력 : 290마력 (262마력)
최대토크 : 36.5kg.m (32.2kg.m)
구동방식 : FR
변속기
자동 6단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 멀티링크
성능
0~100km/h 가속 : 7.0초 (7.6초)
타이어 : 225/55R 17, 235/50R 18
차량가격
미정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90년대 이 후 줄곧 앞바퀴 굴림 자동차를 만들어 오던 현대가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진입을 목표로 야심 차게 개발한 후륜 구동 승용차 제네시스를 현대 자동차 남양 연구소 내 프루빙 그라운드와 테스트장에서 먼저 만났다. 현대 자동차는 가수들이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는 장으로 사용되는 쇼케이스의 형태를 빌어 제네시스를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이다.
연구단지 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눈과 귀가 날카로운 기자단에 대한 통제가 삼엄한 가운데 진행된 제네시스 쇼케이스는 프레스 컨퍼런스 후 간단한 언베일링을 통해 제네시스를 최초로 공개하였고, 비교 테스트와 프루빙 그라운드 고속 주행 순으로 진행되었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영상을 통해 먼저 모습을 공개하였으며, 개발 배경과 제네시스에 적용된 다양한 첨단 신기술, 그리고 제원 등이 발표되었다. 제네시스는 현대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발한 만큼 현재까지 개발되어 프리미엄 모델들에 적용되고 있는 최 첨단 신기술이 총망라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레이더에 의해 앞차와의 거리까지 조절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야간 주행 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헤드램프가 돌아가는 가변조정 전조등(AFLS), 대형 프리미엄 세단에 주로 장착되고 있는 에어 서스펜션 등을 들 수 있겠다.
또한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한 후륜 구동 시스템의 완성도 또한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처럼 제네시스는 현대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도 그 의미가 큰 만큼 기자는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제네시스와의 첫 만남을 즐겼다.
먼저 발표된 제원 상으로는 현대가 경쟁 상대라고 발표한 BMW 530i, 메르세데스-벤츠 E350 등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내용이었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첨단 장비들 또한 경쟁모델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 정도의 최고급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제원만으로 평가 받을 수는 없으며 실제 타보기 전에는 그 완성도를 이야기할 수 없는 만큼 이 후에 있을 테스트가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베일이 벗겨 지면서 눈앞에 제네시스가 등장했다. V6 3.8리터 엔진을 얹은 BH380 모델로 최첨단 SCC와 AFLS, 그리고 에어 서스펜션까지 모두 적용된 소위 풀옵션 모델이었다.
우선 차를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외관을 살폈다. 5m에 약간 못 미치는 중대형 세단인 제네시스는 경쟁 모델로 삼은 530i나 E350에 비해 길이가 약간 더 길다. 그리고 후륜구동의 역동성을 잘 살리기 위해 앞 뒤 오버행을 최소화해 비례 면에서 경쟁자들의 역동적인 면모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최근 현대가 쏘나타, 그렌저, 싼타페 등을 통해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프리미엄 모델의 첫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던 베라크루즈에서도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제네시스 역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모델을 의식한 라인들로 인해 현대 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지 못한 듯해 아쉬웠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 등장한 제네시스에는 모두 SCC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SCC가 장착될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레이더가 위치하고, 그 레이더를 보호하면서 전파를 투과시키기 위한 검정색 패널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부를 덮게 되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디스트로닉이 장착될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검정색 패널이 위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지만 사각형 패널은 S 클래스에 비해 더 크고 패널에 다소 많은 회색 라인이 들어가 있어 현대가 강조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라인을 많이 훼손시키고 있었다. 또한 그릴 중앙부에 돌출된 좌우 측면 카메라 또한 디자인 면에서는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전체적인 앞모습은 정리되지 않은 선들로 인해 무척이나 산만해 보여 우아함이나 역동성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보닛 좌우를 따라 내려오는 캐릭터 라인은 쏘나타를 연상시키면서 다소 무게감을 실어 주지만 한번 살짝 꺾이면서 치켜 올라가는 헤드램프 또한 정리되지 못한 라인의 선상에 있어 아름다운 눈매로 보기 힘들었다. SCC가 적용되지 않은 일반 모델의 모습이라면 좀 더 나을 듯해 보이지만 행사장에서는 그 모델을 찾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현대가 국내 최초로 적용한 고급 장비를 과시하기 위한 배려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옆면의 캐릭터 라인은 역동성을 살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라인이 분할하는 면의 비례가 BMW 5시리즈와 유사해 살짝 5시리즈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5시리즈처럼 면을 오목하게 처리하지는 않았다. 옆면 아래쪽에 위치한 크롬 가니시가 고급스러움을 더하는데 이는 렉서스 GS의 느낌이다. 전시된 차량들에는 크롬 처리된 18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날카로운 칼날 같은 스포크들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뒷모습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라인이 다소 혼란스러움을 일으킨다. 특히 리어 램프는 트렁크 리드로 치켜 올라간 부분만 흰색으로 처리해 통일감과 정제된 느낌이 부족해 보인다. 범퍼 아래 부분에는 좌우에 타원형 머플러가 위치해 역동성이 강조되었다.
실내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된다. 전체적으로 잘 정제된 선들이 화려하면서도 포근함을 선사한다. 특히 데시보드 가운데를 가로질러 도어 패널까지 이어지는 벨트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우드 대신 가죽을 적용한 시도는 높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센터페시아도 간결함이 돋보인다. 복잡한 조작 버튼들이 운전자 통합 정보 시스템 DIS로 모아져 기어 레버 아래쪽으로 이동한 탓에 모니터 주변부가 잘 정돈되어 있다. 우드로 장식한 센터페시아의 아래 부분에는 DVD 체인저가 위치해 있는데 볼록한 면 처리가 벤츠 S클래스를 닮아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에는 다양한 리모컨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오디오 등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크루즈 컨트롤과 SCC에서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기능도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전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조절할 수 있으며 작동 거리가 충분히 길어 만족스럽다.
후륜 구동 차량답게 높은 센터 터널은 불편함 보다는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스텝게이트 방식의 기어 레버도 멋스러움이 묻어나고 앞서 말했듯이 그 아래 DIS 장치가 화려함을 더한다. DIS의 죠그 다이얼이나 버튼의 디자인과 질감, 그리고 작동감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DIS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날개를 달고 있는 제네시스 엠블렘을 닮은 모습이다. 운전자 통합 정보 시스템 DIS는 이미 등장한 BMW의 i드라이브와 아우디의 MMI 등을 벤치마킹한 만큼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거의 모든 기능이 음성으로도 작동되는 점 또한 돋보인다. 오디오는 롤스로이스에 장착되는 렉시콘 시스템이 장착되었는데 스피커가 무려 17개에 이른다.
기존의 스마트키 시스템에서는 스티어링 칼럼 키홀 부위의 바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었는데 제네시스에는 이보다 편하고 더 멋진 버튼 방식이 적용되었다. 살짝만 눌러줘도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다만 일본 버튼 방식 자동차들처럼 제네시스도 AV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중에 시동을 끄면 오디오와 전체 전원이 한꺼번에 꺼져 버려 불편하다. 차를 정차한 후에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잠시 시동을 꺼 두려면 기어 레버를 N에 두고 시동을 끄면 듣고 있던 음악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있으니 이런 방식을 쓰면 해결 되긴 하겠지만 역시 불편한 방식이다.
시트는 안락함이 강조되었는데 디자인도 경쟁 모델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시승차에는 냉방과 난방이 모두 3단계로 조절되는 기능이 더해져 있었다. 뒷좌석에는 전동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되어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서 조절할 수 있다. 센터 콘솔 뒷부분에는 뒷좌석을 위한 AV 모니터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위치해 있다. 뒷좌석 시트 또한 안락함이 유럽 프리미엄 모델들에 비해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실내는 부드럽고 안락함이 강조되었다. 동급 경쟁 모델들 중 뛰어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인피니티 M35에 비해서도 화려함에서 앞서는 느낌이다. 또한 품질과 마무리도 뛰어나 실내는 동급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외에 최첨단 편의 안전 장비들이 대거 장착되었는데, 이날 비교시승에서는 이런 장비들을 테스트해 볼 수는 없었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스트로닉과 같은 장비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SCC는 정속 주행 중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해 줄 수 있는데, 앞차가 그 거리 이상으로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정해진 속도로 정속주행하며, 설정된 거리 이내로 앞차가 가까와지면 자동으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속도를 맞추어 주는 장비다. SCC는 40~180km/h 속도 구간에서 작동이 되며 앞차와의 간격은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조향 연동 헤드램프 AFLS는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켜진 상태가 되어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각도만큼 헤드램프도 돌아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비춰주는 장비다. 헤드램프를 전방으로 고정시켜 놓으려면 스티어링 칼럼 좌측의 버튼을 눌러서 해제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차고를 30mm 높이거나 고속에서 15mm 자동으로 낮출 수 있으며, 감쇄력을 노말과 스포츠 모드로 조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기식 주차 브레이크가 적용되었으며, D로 주행하다가 차가 정차했을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오토 홀드 기능도 적용되었다.
차량 실내외를 찬찬히 둘러 본 후 준비된 테스트 코스에서 제네시스 BH380과 BMW 530i,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E350의 비교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가격이나 타겟 시장 등을 고려하면 렉서스 GS350이나 인피니티 M35 등이 보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보여지지만 유러피안 프리미엄 차량을 동원한 데서 현대 측의 고무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테스트는 슬라럼을 통과한 후 VDC를 테스트 할 수 있는 급차선 변경, 연속 S자 코스 통과, 급가속 및 급 브레이크, 그리고 정속 주행 등으로 구성되었다.
차량 한 대당 3명의 기자가 배정되어 한번은 자신이 직접 차량을 몰아 보고 두 번은 동승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기자는 가장 먼저 제네시스, 그리고 E350, 530i 순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테스트인 만큼 자세한 평가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전체적인 주행느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은 그렌저나 에쿠스 등 지금까지 현대가 보여주었던 앞바퀴 굴림 중대형 승용차와는 확연히 다른 역동성을 보여준 점이 뒷바퀴 굴림 제네시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만하다. 직진 및 코너링에서의 안정감도 상당히 뛰어나다. 하지만 대표적인 유러피안 프리미엄 모델인 530i와 E350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으로 안락함을 강조한 설정이 두드러진다.
노면과 밀착되는 느낌이 덜하고 그런 만큼 노면의 작은 요철 정보도 많이 걸러진다. 스티어링의 응답성이 뛰어난 유럽 모델들에 비해 제네시스는 스티어링에도 유격이 커 부드러운 주행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예리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전체적인 느낌은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 국내와 북미, 그리고 중국 시장을 목표로 개발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5시리즈와 E클래스를 비교 대상으로 내세워 현대의 자신감을 잘 표현하긴 했지만 오히려 앞서 말한 렉서스 GS나 인피니티 M, 혹은 볼보 S80이나 재규어 S 타입을 내세웠다면 보다 직접적인 비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 주행 느낌에서 중요한 변수에 차이가 있었다. 제네시스에는 모두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었고 530i와 E350에는 전통적인 서스펜션이 장착된 점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실제 테스트에서 계속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지만 스틸 스프링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서스펜션 만큼 탄탄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긴 힘들다. 마침 주변에 있던 현대 자동차의 개발 담당자도 제네시스에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일반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량은 더욱 탄탄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 부분 역시 현대가 에어 서스펜션을 과시하고자 하다가 오히려 주행느낌에서 상이한 정보를 제공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반면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비교한다면 확연하게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제네시스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슬라럼과 VDC 테스트에서 보여 준 접지력과 안정성 면에서도 세 모델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여 주었다. 슬라럼에서는 콘과 콘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길게 설정되어 있어서 슬라럼을 통과하는 속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그런 만큼 매번 턴을 할 때마다 오버 스티어가 발생했다. 이때 각 차량의 엔지니어링 측면의 완성도와 전자장비인 VDC의 개입여부 등에 따라서 거동에 차이가 발생했는데, 의외로 5시리즈가 가장 많이 미끄러지는 거동을 보였으며 그 다음이 제네시스, 그리고 E 클래스 순이었다. VDC의 개입을 최소화한 BMW가 가장 다이나믹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스펜션 세팅 기술면에서는 BMW와 벤츠가 한층 높은 완성도를 보였지만 제네시스도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안락함을 강조한 서스펜션임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수준이라 할 만했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BMW와 벤츠가 17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은 데 비해, 제네시스는 한 치수 높은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고 있어 접지력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임도 고려해 봐야 할 부분이었다.
BH380에 장착된 V6 3.8리터 람다 엔진은 최고출력 290마력과 최대토크 36.5kg.m를 발휘하며 자동 6단 변속기와 어울렸다. 이 외에도 국내에는 V6 3.3리터 262마력 엔진이 함께 선보이며, 북미 시장을 위해서는 380마력을 발휘하는 V8 4.6리터 타우 엔진이 얹히게 된다. E350에는 272마력, 35.7kg.m을 발휘하는 V6 3.5리터 엔진과 7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었고, 530i에는 272마력, 32.1kg.m를 발휘하는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제네시스의 3.8리터 V6 엔진은 넉넉한 힘과 뛰어난 정숙성을 선보였지만 회전 상승은 그리 빠르지 않아 경쟁 모델 엔진의 순발력에 뒤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은 집중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보다 구체적인 평가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진행된 프루빙 그라운드 주행은 직접 운전하진 않고 테스트 드라이버 옆에 동승하는 체험이었다. 제네시스만 주행했으며 210km/h까지 속도를 높여 프루빙 그라운드를 2바퀴 돌았다. 스티어링 휠을 직접 잡은 것이 아니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순 없었지만 안락함과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이 비교적 잘 조화된 느낌을 받았다. 210km/h로 주행 중에도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은 아주 잘 차단되어 정숙성 또한 돋보였다.
불과 두어 시간에 걸친 짧은 테스트였기에 만족할 만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쉬웠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제네시스를 먼저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상당 부분 궁금증이 풀린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난 부분도 있었다. 아울러 연구소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된 만큼 사진 촬영이 엄격히 통제되어 독자들께 보다 많은 사진을 제공하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다. 실제로 제네시스를 테스트하는 트랙 주변으로 제네시스의 쿠페 격인 BK와 기아의 소울이 위장막을 덮은 채로 테스트 중인 모습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우선 외관에서는 당당함이 돋보이지만 세부적인 모습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져 찬반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자도 외관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인테리어 역시 디자인 선호도 측면에서는 개인에 따라 호 불호가 나뉘겠지만 기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싶다. 갖추고 있는 장비의 수준뿐 아니라 감성적인 측면과 품질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굳이 기자도 한국 사람이어서 한국 정서에 잘 맞아서 그렇다고 한다면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유럽인들이라면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BMW나 벤츠의 실내를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워 트레인과 주행 감각 면에서는 목표로 삼은 시장의 특성에 따라 세팅에서부터 다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아직 더 많은 발전을 이루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부분이야말로 결코 단 시간에 이루기 힘든 부분인 반면, 제네시스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 준 점 또한 강조하고 싶다.
짧은 만남이 끝나고 여러 가지 평가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현대 측에서 제네시스의 비교 대상으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BMW와 벤츠를 제시할 정도로 현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큼 잘 만들었다는 데에 일부 동의를 할 수 있었다. 기자 스스로도 높은 점수를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첫 발을 내 디딘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품질을 떠나서 프리미엄으로 인정받느냐 하는 것은 분명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가격 또한 어떻게 결정될 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현대 측에서는 그렌저와 에쿠스 중간이 될 것이다라는 평범한 대답 밖에는 내 놓지 않았다. 좋은 차 만으로 프리미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로 명실상부한 프리미엄을 이룩하길 기대한다.
현대 제네시스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75×1,890×1,480mm
엔진
형식 : V6 DOHC
배기량 : 3.8리터 (3.3리터)
최고출력 : 290마력 (262마력)
최대토크 : 36.5kg.m (32.2kg.m)
구동방식 : FR
변속기
자동 6단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 멀티링크
성능
0~100km/h 가속 : 7.0초 (7.6초)
타이어 : 225/55R 17, 235/50R 18
차량가격
미정
기사입력시간 : 2007-12-06 14:10
출처 : 메가오토 반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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